"야 오랜만이다.. 반갑다"
"돈 갚아! 내 돈 350만원~~"
오랜만에 만나 반가워하는 병우에게 희수가 말한다..
반가워하며 웃음짓는 병우와는 달리 희수의 표정은 냉소적이다...
1년전 연인 사이였던 그들....
여자는 물병자리다...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오는 냉정한 별자리 ...
그녀의 캐릭터는 "돈 갚아" 라는 말 한마디로 결정지어진다. ㅎ
"미안한데 지금은 돈이 없어 계좌번호 적어주라 조만간 보내줄께"
찌질한 남자의 변명앞에 물러설 그녀가 아니다..
결국... 돈을 갚고 받기 위한 하루가 시작된다.
1년만에 만나 처음부터 시종일관 진지함이라곤 찾아볼수 없는 남자 병운과
조금만 건드려도 폭발할듯 심각한 여자 희수....
병운은 희수의 돈을 갚기 위해 희수의 차를 타고 이리 저리 돈을 빌리러 다닌다.
20만원부터 많게는 100만원까지 빌려주는 병운의 인맥들.. ㅎ
우습게도 경마장에서 도박이나 할줄 알았던 병운의 삶은 여자들에게 돈을
빌리러 다니는 상황에서도 이상하게 순수하게 보여져 버린다는...
350만원이라는 액수를 채우는 동안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쉴새없이 떠들어대는
병운의 능청스런 대사들 때문일까...
이 사람 너무 착해서 이렇게 살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 ^^
..
.
하정우...
볼때마다 새롭다..
프라하의 연인에선 묵묵히 전도연을 지켜보는 운전수로...
히트에선 냉철하고 부드러운 검사로..
추격자에선 섬뜩하고 날카로운 싸이코 살인마로..
그리고 ... 이 영화에선 능청맞으면서 상처받은 가슴을 드러내보이지 않는 늘 즐거운 병우로...
가슴을 두근대게 만드는 로맨스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반전... 아주 큰 대박 웃음...
이런건 느끼지 못했으나..
영화를 보는 내내 잔잔한 미소를 지을수 있었던건..
하정우식 능청 연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영화 밀양으로 칸의 여왕으로 떠오른 전도연
밀양의 부담때문에 후작을 선별하기가 여간 부담스러웠을텐데...
아마 밀양처럼.. 흥행보다는 자신의 연기를 더 펼칠수 있는 영화를 선택했던것 같다...
역시 내공이 탄탄한..... 연기를 위해 태어난것 같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백밀러의 하정우를 바라보며 입꼬리가
약간 올라갈듯 말듯한 야릇한 미소를 짓는 장면..
내면의 연기가 더욱더 빛나보이더라는..
어떻게 저 두 사람이 사랑을 했을까..
할 정도로 어울리지 않는 커플이지만...
그렇다고 그닥 어긋나지도 않던 커플...
빛을 갚기 위해 불편한 하루를 보내지만
또 다른 빛을 남긴채 언제일지도 모를
또 다른 멋진 하루를 예약하는......
(여자 정혜)로 많은 마니아층을 만들어낸 이윤기 감독
(여자 정혜)처럼 대중성은 없는 영화이긴 하지만..
또 한층의 팬들을 만들것 같은 예감...
나 역시 벌써 한명의 팬이 되어버렸으니
결말이 그리 궁금하지도 않았고..
흘러가는 데로 2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본 이 영화...
결말은... 역시.. 잔잔하게... 그리고 보는 내내 이어오던 미소도 그대로 ~
결말은??? 냉장고에 붙어 있는 잔여금에 대한 차용증과--.
스페인인지 어딘지 모르는 곳에 세워져있던 라이스 와인 간판 ㅋㅋ
이게 말해주지 않았나 싶다.. ^^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콤비..
전도연과 하정우...
이들이 아니고 다른 배우가 맡았으면?? 이라는 생각을 잠시 한다..
결론은... 이들처럼.. 내게 서울의 하루를 멋지게 보여줄수 있는 배우는
없을거라는 생각...
영화관을 나오면서~~ 기분좋고 멋지게 하루를 마감했다.. ^^
--기억 나는 대사. --
조병운(하정우) :너도 상처란 것을 받아본 적 있니? .. 그땐 조금 슬펐어..
니가 헤어지자고 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이더라구...
나는 날 만나서 행복한 줄 알았는데..
그래서 그때 니 얼굴이 떠오르면, 조금 슬펐어
조병운 (하정우) 네가 이쪽얼굴 좋아해서 나 왼쪽에만 있었는데
조병운 (하정우) 어! 신발끈 풀렸다. 누가 니 생각하나봐
조병운 (하정우) '응 이제 슬~~ 가보려구' (희수의 너 스페인 가봤어??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 ^^)
한 여사 (김혜옥) 99프로... 왠지 좀 슬프다
(희수의차에서 가져간 99% 초코렛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