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김정묵 교수팀, 식물의 ‘생존 vs 성장’ 결정하는 분자 스위치 규명
PIP-RLK7-LEP 신호 전달 경로 최초 규명
식물 면역·생장 균형 조절하는 신규 신호체계 발견
차세대 작물 육종 전략의 핵심 단서 확보

전남대학교 김정묵 교수 연구진이 식물이 병원균의 공격에 맞서 면역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장 억제’ 현상의 핵심 분자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식물이 생존을 위해 성장을 희생하는 이른바 ‘성장-방어 기회비용(Growth-Defense Trade-off)’의 비밀을 풀어낸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식물은 병원균의 침입을 감지하면 생존을 위해 제한된 에너지를 방어 기능에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성장이 멈추게 되는데, 농업 현장에서는 병 저항성이 강한 품종일수록 오히려 수확량이 감소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면역 신호가 어떤 과정을 거쳐 실제 성장 억제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경로는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모델 식물인 애기장대(Arabidopsis)를 활용해 병원균 침입시 생성되는 면역 유도 펩타이드인 PIP(PAMP-induced peptide)가 세포막의 수용체인 RLK7을 활성화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분석 결과, 활성화된 RLK7은 세포 내부의 핵심 신호전달자인 MPK3/6 인산화 효소를 거쳐, 최종적으로 잎과 뿌리의 발달을 조절하는 LEP (LEAFY PETIOLE) 유전자를 작동시키며, 이를 통해 성장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연구의 핵심 성과는 이 신호 전달 체계의 ‘분기점’을 찾아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PIP → RLK7 → MPK3/6로 이어지는 공통 경로에서, 면역 반응(Immunity)과 성장 억제(Growth inhibition)가 서로 다른 하위 경로로 나뉘어 작동함을 규명했다. 실제로 LEP 유전자의 기능이 제거된 식물은 면역 유도물질(PIP)을 투여해도 성장이 저해되지 않았으며, 병원균에 대한 저항성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묵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식물이 병원균과 싸우면서도 왜 성장을 멈춰야 했는지에 대한 분자 수준의 답을 제시한 것”이라며, “이 경로를 정밀하게 조절하면 병해충에는 강하면서도 생산성은 떨어지지 않는 ‘스마트 작물’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향후 벼, 밀, 옥수수 등 주요 식량 작물에서도 이와 유사한 경로가 작동하는지 검증하고, 현장 적용을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식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Plant Communications’」(IF: 11.6, 학문 분야별 상위 2%) 5월 23일 온라인판에 게재되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전남대 김정묵 연구석좌교수가 교신저자로, Uyen Thu Nguyen 박사과정생, 김진선 박사, 강나영 연구원, 전병욱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하였다.
*논문원제:
The RLK7-MPK3/6-LEAFY PETIOLE signaling axis mediates growth inhibition during PIP peptide-induced immunity in Arabidopsis (Plant Communications, https://doi.org/10.1016/j.xplc.2026.101929).
*첨부자료: PIP 펩타이드 유도 식물 면역 반응에서 신호전달경로 모식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