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충청·영남 7개 대학병원 공동 임상시험 수행...
지역 필수의료 협력연구 세계적 성과

지역 필수의료 현장에서 암 수술을 담당하는 대장항문외과 의사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임상연구 성과를 만들어냈다.
김창현 교수(외과학교실)가 참여한 K-CROSS 호남·충청·영남 대장항문외과 연구회 공동 연구팀은 직장암 수술에서 오랫동안 논쟁이 되어 온‘하장간막동맥 결찰 높이’에 대한 다기관 무작위 임상시험 결과를 외과 분야 최고 권위 국제학술지인 JAMA Surgery온라인판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칠곡 경북대학교병원 박준석 교수,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배기범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 화순전남대학교병원 김창현 교수가 제1저자로 참여했다. 호남·충청·영남 지역의 7개 대학병원이 함께 참여해, 지역 의료 현장에서 세계적 수준의 임상근거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K-CROSS는 삼남 지역의 대장항문외과 전문의들이 모여 만든 임상연구 네트워크다. 지역 의료진들은 암 수술, 응급진료, 외래, 병동, 교육을 병행하는 어려운 필수의료 환경 속에서도 공동 연구체계를 구축해 왔다. 이번 논문은 그동안 쌓아온 협력과 표준화된 수술 역량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다.
연구 주제는 직장암 수술에서 암을 제거한 뒤 장을 다시 문합할 때 중요한 혈관을 어디에서 결찰하는 것이 더 안전한가에 대한 문제다. 기존에는 암 주변 림프절을 충분히 제거하기 위해 혈관을 높은 위치에서 묶는 방법과 남은 장의 혈류를 보존하기 위해 낮은 위치에서 묶는 방법을 두고 외과 의사들 사이에 오랜 논쟁이 있었다.
K-CROSS 연구팀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7개 대학병원에서 직장암 환자 314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모든 환자는 복강경 또는 로봇을 이용한 최소침습 수술을 받았으며, 연구팀은 수술 후 합병증과 장기 기능 회복을 정밀하게 비교했다.
연구 결과, 수술 후 가장 중요한 합병증 중 하나인 문합부 누출은 두 수술법 사이에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저위 결찰군의 문합부 누출률은 4.9%, 고위 결찰군은 6.0%로 나타났다. 또한 수술 12개월 뒤 배변 기능, 배뇨 기능, 성기능, 전반적인 삶의 질 역시 두 군 간 차이가 없었다.
이는 숙련된 외과의가 표준화된 최소침습 수술을 시행한다면, 혈관 결찰 위치 자체가 환자의 안전성과 장기 기능 회복을 좌우하는 절대적 요인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중요한 것은 환자의 혈관 구조, 장의 길이와 긴장도, 종양 위치, 수술자의 경험을 종합해 가장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연구팀은“이번 성과는 특정 병원 한 곳의 결과가 아니라, 호남·충청·영남 지역의 여러 대학병원이 같은 기준으로 환자를 등록하고 수술 결과를 장기간 추적해 얻은 고품질 임상근거”라며“어려운 지방 필수의료 환경 속에서도 지역 의료진이 힘을 모으면 세계 진료지침을 바꿀 수 있는 연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국책 임상연구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