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콩팥병 환자, 단백질 무조건 줄이면 ‘독(毒)’... 투석·사망 위험 급증
한국인 환자 1,861명 8.4년 추적... 단백질 섭취량과 신부전 진행·사망 위험 분석
극단적 단백질 제한 시 말기신부전 진행 위험42%↑, 전체 사망 위험117%↑
세계적 권위 학술지 『JAMA Network Open』 게재 승인... 저단백 식사 통념 재평가 근거 제시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신장내과 연구팀(서상헌·마성권·김수완 교수)이 한국인 만성콩팥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해 단백질 섭취를 지나치게 제한할 경우 말기신부전 진행과 사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JAMA Network Open』(Impact Factor 11.7)에 게재 승인됐다.
만성콩팥병 환자의 단백질 섭취 제한은 19세기 후반 요독 증상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이후 100년 넘게 보존적 치료의 주요 원칙으로 자리 잡아 왔다. 그러나 단백질을 과도하게 제한하면 영양 결핍과 근육감소증을 동반한 단백질-에너지 소모(PEW)를 유발해 오히려 환자의 건강과 생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연구팀은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의 한국인 만성콩팥병 장기 추적조사(KNOW-CKD) 코호트 자료를 활용해 국내 9개 대학병원의 비투석 만성콩팥병 환자 1,861명을 대상으로 중앙값 8.4년간 추적 관찰했다. 특히 식사 설문에 의존하는 대신 24시간 소변 요소질소 검사를 활용해 단백질 섭취량을 객관적으로 추정함으로써 연구 결과의 신뢰도를 높였다.
분석 결과, 하루 단백질 섭취량이 체중 1kg당 0.6g 미만인 환자군은 하루 1.2g/kg 이상 섭취한 기준군에 비해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한 말기신부전으로 진행할 위험이 42% 높았다. 전체 사망 위험도 117% 높아 약 2.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단백질 섭취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근 2024년 국제신장학회(KDIGO) 임상진료지침도 대부분의 만성콩팥병 성인 환자에게 하루 체중 1kg당 약 0.8g의 단백질 섭취를 권고하고, 질병 진행 위험이 있는 환자에게 고단백 섭취를 피하도록 안내하는 등 적정 섭취량 유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 연구는 아시아 환자들의 장기 추적 데이터를 통해 단백질 섭취량과 임상 결과 간의 연관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를 주도한 서상헌 전남대 신장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백질 섭취를 무조건 줄이는 방식이 모든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다만 이번 결과가 고단백 식사를 권고하는 의미는 아니다. 환자들은 의료진 및 임상영양사의 평가를 바탕으로 신장 기능과 영양 상태, 근육량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개인에게 적절한 단백질 섭취량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KNOW-CKD 연구과제(책임연구자 오국환 교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지역혁신선도연구센터(RLRC) 과제(센터장 김수완 교수),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과제(서상헌 교수), 화순전남대학교병원 의생명연구원 학술과제(서상헌 교수)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