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전남대학교병원(원장‧범희승) 5층은 목요일 오후가 되면 분주해진다. 의사와 간호사, 행정직원 등 30여명이 회의실에 모여 배포된 자료를 검토하고 컴퓨터를 만지작거리기도 한다. 정기회의를 하려는 것일까? 아니다. 자리가 다 찰 무렵 병원구성원이 아닌 외부 인사가 등장해 마이크를 잡더니 뜻밖에도 인문학 강연이 이어진다. 일주일에 한 시간씩 <병원인문학>은 화순병원구성원들에게 인문학의 향연에 초대된다.
전남대학교 철학연구교육센터(소장 김양현 교수)와 화순전남대학교병원(원장 범희승)이 공동주최한 인문학 강연 프로젝트가 12월말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양 기관은 고품격 병원문화 형성, 인문학과 병원문화의 상호소통을 목적으로 지난 2008년 11월 <병원인문학> 프로그램을 마련, 올 12월까지 매주 목요일 화순병원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연을 개최했다.
총 50회에 걸쳐 진행된 <병원인문학>은 ‘갈등과 소통’이라는 주제로 광주․전남 지역의 관련 학자와 전문가들의 강연이 이어졌으며 인문학 고전, 영화, 칼럼, 미술작품 등 다양한 분야가 다뤄졌다. 또 한달에 한번씩 프로그램 참여자들을 중심으로 자체토론회를 열어 강연에서 배운 이론과 실제의 경험을 접목시켜 보는 이색적인 시간을 갖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은 병원조직 내부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갈등양상을 예술, 철학, 사회학, 법학, 간호학 등 다양한 인문학적 분야에 비추어봄으로써 참여자 스스로 갈등의 원인과 해결책을 모색하고 구성원간의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범희승 원장은 “병원은 단순한 환자를 진찰하고 진료하는 공간에만 머물러서는 안되며, 사람과 사람이 고품격의 문화공간에서 서로 소통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며 “이번 프로그램을 계기로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전인적 치료를 하는 데 화순전남대병원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김양현 소장도 “최근에 인문학의 위기 문제가 자주 거론되는데 병원이라는 색다른 곳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해 줘 매우 의미있는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인문학과 병원문화가 끊임없이 소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병원인문학>에 참여한 강연자들의 강의록은 2010년 초 책으로 엮어 출판할 예정이며 양 기관은 병원인문학 연구센터 설립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