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캠퍼스를 한 바퀴 돌아볼 요량이었다. 해가 뜰 무렵 찍을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맘은 먹었으나 몸은 여의치 않는지 늦었다. 이미 해는 거의 중천.
용지를 찾았는데 저 멀리 호수 가운데 뭔가 검은 물체가 보인다. 자세히 보니 오리가족. 하는 모양을 가만히 보니 아침 ‘분단장’이 한창이었다. 밤새 흐트러진 깃털을 하나하나 입으로 물어 펴고 가지런히 단장하느라 정신이 없는 녀석들. 얼마나 열심인지 주변에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것은 전연 괘념치 않는 모습이다. 다정스런 모습을 보인 두 마리는 부부처럼 보였으나 나중에 다른 한 마리가 합류했다. “그래, 아침 일찍 일어나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먹을 것이 많듯이, 부지런해야 멋도 부리고 사랑도 얻을 수 있는 법”
사진찍기로만 본다면, 이 사진은 여러 가지 요소를 배울 수 있는 장면이다. 일렁이는 물결에 아침 햇볕이 빛나고, 특히 물결이 빛나는 전면부와 그렇지 않은 후면부가 대조를 이뤘다. 오리 두 마리와 그 그림자가 주는 대비의 효과도 있다.
또 피사체를 최대한 끌어 당겨 찍어야 한다. 주인공이 뭘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작은 사진은 오리를 멀리 두고 찍은 사진. 별로 좋은 사진이라고 할 수 없다.
일명 똑딱이, 다시 말해 ‘컴팩트 디카’로 이런 사진을 찍으면 대개는 흔들리고 만다. 더욱이 날씨가 흐리거나 어두울때는 더욱 그렇다. 그럴 땐 어떻게 찍어야할까? 해답은 삼각대다. 사진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삼각대를 챙기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똑딱이라면 아주 가볍고 작게 접어지는 슬림형 삼각대도 좋다. 그런데, 삼각대가 없다면? 지금 이 오리 사진은 삼각대 없이 찍었다. 호수 주변 벤치에 카메라를 놓고 찍은 것. 지형지물을 이용하면 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피사체를 최대한 끌어당길 경우 거의 대부분 흔들리고 만다.
노출도 문제. 자동만 되는 똑딱이로도 얼마든지 노출을 조절해가며 찍을 수 있다. 세 번째 사진과 네번째 사진은 노출만 달리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세 번째는 오리 몸에 측거점(파인더 안에 반짝이며 초점과 노출을 맞추는 점. 카메라마다 형태는 다름)을 두고 찍었고, 네 번째는 반짝이는 물에 두었다. 반짝이는 물에 둔 경우 빛이 많이 들어가니 자연히 노출이 적어지고 사진이 어두워졌다.
사진찍기 즐겨하는 사람들 사이에 하는 말들이 하나 있다. 최고의 격언 또는 철칙은 아니지만, “사진은 발로 찍는다”는 말이다. 사진을 발로? 말인즉,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찍을거리가 생긴다는 말이다. 드넓은 캠퍼스에 볼거리 찍을거리가 많아도 가만히 앉아있으면 내것은 되지 않는다. 이른 아침 캠퍼스에 나가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